놀이연구회 다놀에서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을 수 년동안 몇몇 중학교에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개학을 맞이하게 되어 저희들 안에서도 가능한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런 고민이 학생들을 맡고 계신 교사들에게는 훨씬 더 크고,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면서 드는 생각들을 조금 정리해서 지도교사와 나눈 글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학교에 계신 모든 선생님들께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께도 지금은 교사로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힘든 시간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맡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수 있도록 일을 진행시키려고 합니다.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는 데에 모든 면을 다 충족시킬 수 있는 답을 찾아내는 것은 정말 힘이 드는 일입니다.
코로나 상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감염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최대한 의료적 조치를 받고,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회 전체의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조금 뒤로 미뤄두었습니다. 아이들의 학습권도 미뤄졌습니다. 부모들도 일터를 잃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 속에 놓여있습니다. 그 순간에 우리가 지켜야할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것들은 잠시 뒤로 물려 두었다가 상황이 해소되면 다시 제자리로 두고, 새로운 질서로 회복해나갈 것입니다. 모든 면을 만족시키는 결정이라는 것은 어쩌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온라인으로 개학을 맞이하는 상황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학생들과 부모님,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가르쳐줘야 한다고 믿으시는 선생님들의 애타는 마음 모두가 소중합니다. 학교의 결정은 다양한 면 중에서 우선순위에 따라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힘든 시간입니다. 하지만, 교사와 부모는 어른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안전한 사회를 책임지고, 아이들을 기르고 가르치는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불안해하지 않고, 안정된 마음으로 상황을 이끌어갈 때 아이들은 그 모습을 통해서 안정을 느끼게 되고, 미래를 꿈꾸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표현하지 않고 있을 뿐 내심 세상이 정말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불안에 떨고 있을 것입니다.
먼저 아이들의 입장에서 학교 일정대로 시간표를 운영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결국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업 때문에 아이들만 집에 두고 나가있는 부모님들께는 수업 일정 덕분에 아이들의 생활이 좀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게임과 유튭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는 주의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형식을 통해서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전 이 부분에 더해서 내용을 조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혼자 방 안에 앉아서 컴퓨터 앞에서 모니터를 통해 얼마나 긴 시간 집중하며 쏟아지는 정보를 수용할 수 있을까? 이들은 컴퓨터 앞에 서너 시간 앉아있는 것은 사실 그리 힘든 일이 아닌 세대들입니다. 또 다른 면으로는 책을 보는 것 보다 스마트기기의 작은 글자와 이미지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고, 십대의 에너지와 호기심을 본능으로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집중하고, 잘 해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수동적인 존재로만 우리가 인식한다면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칠 이유도 없어집니다. 그 인식의 전환이 이번을 계기로 이루어진다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이번 상황을 계기로 사회의 변혁이 일어나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온라인 개학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지도 모릅니다. 이번 온라인 개학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일어났던 선생님들의 고민과 토론으로 어제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변화의 힘이 되어 새로운 가르침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은 하루하루 바뀌어 가는데,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어제 가르쳤던 것을 오늘 또 가르치고, 어제와 같은 생각을 오늘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던 아이들을 위하는 결정이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결정이든 아이들은 나름대로 수용하며 잘 해나갈 것입니다. 아이들은 결국 각자의 개성대로 본인들의 흥미에 따라 익히고 깨우쳐 세상을 살아나갈 것입니다. 그들의 인생에서 지금의 서너달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닐 겁니다. 추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은 지금 불안한 사회 속에서 어른들의 눈치를 보면서 견디고 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오늘과 다른 내일이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고, 힘이 되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그 내일을 준비하는 교육활동들이 하루하루 이어지면서 다시 우리 사회가 활력을 찾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잘 견디며 지내주고 어른들을 이해해주고 기다려주는 우리 아이들이 정말 감사합니다. 힘들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정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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