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화요일 오후 3시 아 이터시아 선수촌아파트 117동 앞 놀이터
놀이터 일기 1.
2017년 6월 6일 현충일 날씨 흐림
곧 비가 올것 같은 흐린 오후 , 동네음식점 배달안내책자 한권을 들고 놀이터로 나갔다. 주머니엔 전날 금정중학교 아이들과의 딱지치기에서 선전을 펼친 잡지책출신의 파란하늘 딱지 두장과 연꽃밭 딱지 한장이 들어있다. (미리 만나기로 약속을 한) 눈웃음이 귀여운 다섯 살 시우와 시우 엄마를 만난다.
세모 딱지는 처음 본다며 재미있어 한다. 접는 방법을 보여주고 함께 딱지를 접는 사이 셋째 아이가 놀이터로 나와 함께 딱지를 접고 딱지치기를 시작한다. 이럴경우 어린 아이 일수록, 많이 안 놀아본 아이 일수록 "엄마랑 할래" 하면서 엄마와 딱지를 치고 싶어한다. 제엄마가 다른 아이와 놀기전에 엄마를 선점하고 싶어서 이기도 하고 최초 놀이대상인 엄마로 부터 분리되지 못한 형태를 보이다가 놀이에 재미를 들이면서 엄마가 아닌 타인 (또래 친구나 다른 아이의 엄마)으로 놀이대상을 넓혀가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로부터 분리되는 경험을 하게된다. 얼마안가서 다섯살 시우가 서러운 울음을 터뜨린다. "왜 엄마만 딱지 다 따". 그러나 딱지치기는 원래 그런거라며 엄마도 일부러 져주지는 않으니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딱지를 더 접어 달라고 한다. 나도 셋째아이와 딱지를 재밌게 치다가 드디어 시우와 한판 뜨기로 한다. (부지불식간이지만 이 순간이 자기힘으로 놀이의 힘으로 시우는 엄마와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순간이고 우리 셋째는 엄마를 다른 아이의 놀이상대로 분리인정한 순간이다. 놀이를 통하면 너무 쉬운 것 처럼 보이지만 놀이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은 이것이 쉽지않다.) 팔힘도 별로 없는 다섯 살짜리가 제법이다. 이런 내 딱지가 자꾸 뒤집어 진다. 이렇게 질순 없지 다시 심기혈전!! 전세가 기운다. 치킨딱지, 피자딱지, 족발 딱지 ... 다양한 배달 음식 딱지 들이 내손에 들어온다. 하하하 비록 다섯살 짜리지만 이기니 기분 좋아 속으로 씩 웃는다. 반면 시우 얼굴엔 점점 웃음기가 사라진다. 그러나 아까처럼 울지는 않고 엄마에게 딱지 빨리 더 접어 달라 귀여운 눈웃음으로 재촉한다. 그러나 날 이길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점점 시들해지는 눈치다. 이대로 끝나면 재미있던 기억은 사라지고 실패의 기억만 남게된다. 아이가 놀이를 포기해 버리면 어쩔수 없지만 가능하면 재미있을때 끝내는게 상책, 이럴땐 슬쩍 떠본다 "이거 따면 다섯장 줄께" 아니다 다를까 다시 시우의 눈이 반짝인다. 아뿔싸 내 딱지가 넘어갔다. 두세번 달아서 내 딱지가 넘어가고 시우의 입꼬리가 다시 귀에 걸린다. "이번엔 이거 따면 몇장줄까" 물으니 "두장만 주세요" 하며 씩~ 웃는다.
그사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일학년 남자아이 둘이 우리쪽으로 온다. 이때 순진하게 "너거도 이거 할래, 세모딱진데 접는거 가르쳐줄까?" 라고 말하면 "됐어요"라는 소리나 듣기 십상이다. 상대는 일학년, 온갖 종류의 캐릭터 장난감을 생애최대로 보유하고 있을 나이, 이깟 배달음식안내책자로 접은 종이 딱지는 거저 줘도 앞뒤로 한번 쳐다보고는 속으로 아줌마나 많이 하세요하며 돌려주고 갈지모른다. 그냥 무심한척 재미있어 보여서 먼저 말을 걸어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님말고... 아니나 다를까 " 진경아 뭐해?", "이거 뭐예요?"하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먼저 놀자고 하면 튕길 확률이 크다. 녀석들의 호기심이 더 커질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못해 한판 해주는 척해야한다 ㅋㅋ 이럴땐 동기를 유발시켜줄 뭔가(미끼)가 필요하다. 나에겐 수많은 배달음식메뉴 딱지들 사이에서 유난히 자태를 뽑내는 파란 하늘 딱지!!!가 있지 않은가? 놀이에 낄까 말까 밀당을 하던 아이들은 "이거 얼마나 센지 아나?" 하며 슬쩍 보여준 그 파란 딱지를 향해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하다가 급기야 달라고 한다. 그럼 그렇지 이때다. "그냥 줄수는 없고 따면 줄께~" 좀 비싸게 군다. 그때까지 자전거 브레이크 잡고 서있던 아이들이 드디어 자전거를 세워두고 바닥에 앉는다. 딱지접기는 싫어 해서 만들어진 딱지를 세장씩 나눠주고 시작한다. 어 그런데 둘중 한 녀석이 딱지를 너무 잘친다. 자칭 일곱살때 딱지의 신이었단다. 이크 잘못 걸렸군ㅜㅜ 게다가 실전에선 선치기는 안돼고(보도블럭선 위에 올리면 안됨) 칼같이 앞빠부터 시작하는 등 나름의 놀이 규칙을 자기차례 상대 차례 할것 없이 지키려 애쓰는 소위 쫌 놀아본 아이들이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정정당당을 책으로만 배운 녀석들과는 좀 다르더군^^ 지금처럼만 잘 자라기를~~ ) 어쨎든 계속 엎치락 뒷치락 하다가 옆에서 계속 딱지 접어주며 나를 응원했던 셋째의 협조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그 많던 배달음식메뉴딱지들 다 잃고 소중한 연꽃연못 딱지랑 최후의 보루인 파란하늘 딱지 두개 마저 다 꼴고 나간지 두시간 반만에 개털이 돼서 집으로 왔다.ㅋㅋ 내 딱지를 다 딴 순간 그 두 아이들의 표정과 옆에서 구경하던 아이들의 표정을 잊을수 없을것이다.
우리동네 놀이터에 노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고무딱지도 좋지만 종이딱지 가지고 노는 모습도 가끔 볼수 있기를 바래본다.
[👀] [오전 10:56] https://youtu.be/kVqvNxk_3P8
세모딱지 접는법 나눔 동영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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